AWS 기술 블로그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3: 큐비트, 양자 중첩, 얽힘 및 측정, 고속 연산을 수행하는 방법
본 블로그 시리즈의 앞선 두 편에서는 양자 컴퓨터의 필요성과 산업별 적용 사례를 다루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를 토대로, 양자 컴퓨팅의 핵심 개념과 작동 원리를 보다 심층적이고 체계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특히, 양자 컴퓨팅의 근간을 이루는 큐비트(qubit)의 정의와 수학적 표현, 양자 중첩(superposition) 및 얽힘(entanglement)과 같은 고유한 양자 현상을 집중적으로 다룹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양자 정보의 표현 방식과, 고전 컴퓨팅과 구별되는 양자 컴퓨터의 동작 원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울러, 다음 편에서 다룰 양자 게이트와 회로 설계의 기초 개념을 미리 조망함으로써, 양자 연산의 실제 구현과 응용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도록 구성하였습니다.
시리즈 블로그 보기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1: 양자 컴퓨터의 개념, 등장 배경, 분류 체계 등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2: 양자 컴퓨터가 적합한 문제들, 활약이 기대되는 분야, 양자 컴퓨터 생태계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3: 큐비트, 양자 중첩, 얽힘 및 측정, 고속 연산을 수행하는 방법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4: 양자 컴퓨터가 빠르다는 의미, 양자 회로, 양자 연산의 원리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5: QPU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6: 양자 컴퓨터의 성능지표, 도전 사항, 양자 오류 제어
- 양자 컴퓨팅이란 무엇인가? – Part 7: 하이브리드 접근법, 양자 연산이 구현되는 여정
양자는 파동과 입자라는 두 가지 성질을 가진다
지난 첫 번째 블로그에서 양자의 개념에 대해 설명하였고, 이러한 미시 세계는 양자 역학이 지배한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번 블로그에서는 양자의 특징에 대해 좀 더 기술적인 관점에서 보다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양자 역학의 근본적인 특징 중 하나는, 물질의 파동 및 입자의 이중성(wave-particle duality)입니다. 이는 고전적인 입자 및 파동 개념이 양자 수준에서는 상호 보완적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이중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표적인 실험이 바로 그림1의 그 유명한 이중슬릿 실험(double-slit experiment) 입니다.
<그림 1. 양자의 이중슬릿 실험>
이 실험에서는 전자총을 이용하여 전자(양자)와 같은 미시 입자를 이중슬릿에 통과시킵니다. 일반적인 예상이라면, 슬릿을 통과한 입자는 스크린에 두 개의 명확한 줄무늬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실제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달리, 스크린에는 두 줄이 아닌 여러 개의 줄무늬가 나타나는 간섭 패턴(interference pattern)이 관찰됩니다. 이는 전자와 같은 입자가 파동처럼 행동하여, 두 슬릿을 동시에 통과하면서 간섭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입자가 어떤 슬릿을 통과하는지 관찰을 시도할 경우, 간섭 패턴이 사라지고 고전적인 입자처럼 두 개의 줄무늬만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즉, 관찰행위가 입자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입니다.
이 이중슬릿 실험은 양자 역학의 핵심 원리인 파동-입자 이중성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실험이며, 양자 상태의 중첩(superposition)과 같은 심오한 개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양자 컴퓨터에서는 이러한 두 가지 속성을 이용하여 소인수분해와 같은 특정 문제에 대해 고속 연산을 수행하게 됩니다.
양자 연산에 사용되는 양자 비트, 큐비트
현대의 디지털 컴퓨터에서 연산을 위해 0과 1이라는 이진 논리 비트가 필요하듯이, 양자 컴퓨터에서 양자 연산을 위해서는 양자 비트, 즉 큐비트라는 것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큐비트 상태는 일반적으로 다음과 같은 브라켓 표기법을 통해 표현됩니다.
참고로 브라켓 표기법은 1939년에 폴 디랙(Paul Dirac)에 의해, 양자 시스템의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 도입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에서 수학적 표현을 자제하려고 하지만, 명확한 이해를 위해서는 기본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즉, 브라켓 표기법은 양자 상태와 연산을 수학을 이용하여 효율적이며 직관적으로 표현할 수 있게 해주는 표준적인 방법입니다. 이 표기법에서 켓(ket)은 |φ >처럼 세로 막대(|)와 오른쪽 꺾쇠(>)로 표시하며, 이는 양자 상태를 의미하는 벡터(열 벡터)입니다. 반대로 브라(bra)는 <φ| 처럼 왼쪽 꺾쇠(<)와 세로 막대(|)로 표시하며, 이는 켓의 켤레 전치(행 벡터)를 의미합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0은 양자 세계에서는 |0 > 으로, 1은 |1 > 로 표현합니다. 물론 때에 따라서는 0과 0 >, 그리고 1과 1 > 은 혼용되어 사용되기도 합니다.
위의 수식을 상세히 풀어보면, 우선 |φ >는 특정한 한 개의 큐비트 상태를 의미합니다. 또한 α는 0 상태의 확률 진폭과 위상을 나타내는 복소수를 의미하며, β는 1 상태의 확률 진폭과 위상을 나타내는 복소수를 의미합니다. 즉, α와 β는 A(cosθ + i * sinθ)와 같은 형태로 표현 가능합니다. 위 수식에서 (α β)^T 는 특정 큐비트의 상태를 상태 벡터로 표현한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양자 자체가 이중슬릿 실험을 통해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파동의 특성을 갖게 되는데, 파동성은 진폭과 위상을 통해 표현할 수 있습니다. 즉 특정 큐비트는 0 과 1 에 해당하는 파동이 겹쳐진 형태, 즉 중첩 상태인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위상은 복소수로 표현되며, 그림 2와 같이 위상의 상대적 차이에 따라 중첩된 파동이 보강되거나 상쇄됩니다. ‘|α|² + |β|² = 1’ 는 중첩된 상태에서 |0 > 과 |1 >이 존재할 확률의 합이 1 이 되어야 한다는 조건입니다. 측정을 하기 전까지 특정 큐비트는 두 상태 사이에서 확률적으로 존재하며, 측정 시에만 하나의 상태로 ‘붕괴’합니다. 이러한 양자역학적 특성이 양자 컴퓨팅의 기반이 됩니다.
<그림 2. 하나의 큐비트가 파동 특성에 의해 중첩된 상태>
예를 들어, 특정 큐비트가 50%로 0인 상태와 50%로 1인 상태로 중첩되어 있다고 가정하면, 브라켓 표기법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됩니다.
이와 같은 브라켓 표기법 외에도, 큐비트의 상태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데 매우 유용한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블로흐 스피어(Bloch sphere)입니다. 블로흐 스피어는 그림3과 같이 큐비트의 상태를 구의 표면 위 한 점으로 나타내어, 양자 상태를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림 3. 블로흐 스피어를 이용한 양자 상태 표기법>
블로흐 스피어는 3차원 구(sphere)이며, 큐비트의 상태는 구 표면의 한 점을 가리키는 벡터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블로흐 스피어의 맨 위쪽, 즉 북극은 |0⟩ 상태를, 맨 아래쪽인 남극은 |1⟩ 상태를 의미합니다. 북극과 남극 사이의 구 표면 위 모든 점들은 |0⟩과 |1⟩의 중첩 상태를 나타냅니다.
블로흐 스피어 위의 한 점은, 그림3과 같이 두 가지 정보로 특정됩니다. 첫 번째는 진폭(amplitude)으로, 이는 벡터의 높이와 관련되어 특정 상태(0 또는 1)가 측정될 확률을 결정합니다. 두 번째는 위상(phase)으로, 이는 벡터가 구 표면에서 어느 방향을 가리키는지 즉 회전 각도에 해당하며, 양자 상태의 복소수적인 특성을 반영합니다. 수학적으로는 세타(θ)와 파이(φ)라는 두 각도로 표현되는데, θ는 상태 벡터가 z축(즉, |0⟩ 상태)과 이루는 각으로 큐비트가 |0⟩과 |1⟩에 있을 확률을 결정합니다. θ=0이면 |0>, θ=π이면 |1>에 해당하며, θ가 0과 π 사이일 때는 두 상태의 확률적 중첩(superposition)이 됩니다. φ는 xy평면에서 x축과 이루는 각으로 두 상태 (|0⟩과 |1⟩) 사이의 상대적 위상 차이를 나타냅니다. φ는 확률에는 영향을 주지 않지만, 양자 간섭과 여러 큐비트의 얽힘, 양자 연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처럼 블로흐 스피어를 이용하면 큐비트의 중첩 상태를 직관적으로 시각화 할 수 있고, 양자 게이트 연산 역시 블로흐 스피어 표면 위에서 벡터가 회전하는 유니터리(unitary) 변환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고전 논리 비트의 0과 1은 각각 블로흐 스피어의 북극과 남극에 해당하지만, 큐비트는 이 두 점 사이의 모든 위치, 즉 무한한 중첩 상태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더 풍부한 정보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다만 블로흐 스피어는 단일 큐비트 상태의 시각화에만 사용 가능하며,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얽힌 상태 등은 이 구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림 4. 블로흐 스피어로 표현된 다양한 1 큐비트 상태>
지금까지 단일 큐비트의 상태를 표현하는 방법으로 1) 브라켓 표기법과 2) 블로흐 스피어를 이용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였습니다. 이번에는 멀티 큐비트의 상태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어, 3개의 큐비트가 있다고 가정하면 ‘000’ 부터 ‘111’까지 모두 8개의 상태가 중첩됩니다. 즉, 8개의 상태를 한 번에 품을 수 있습니다. 이 중첩 상태를 브라켓 표기법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할 수 있습니다.

큐비트의 구분
양자 컴퓨터에서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는 ‘물리 큐비트(physical qubit)’입니다. 이는 고전 컴퓨터의 트랜지스터가 0과 1의 비트를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양자 정보를 실제로 구현하는 하드웨어적인 큐비트를 의미합니다. 물리 큐비트는 초전도체, 이온트랩, 중성원자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현될 수 있으며, 각 방식마다 특성과 장단점이 다릅니다. 현재 언론이나 기업에서 발표하는 양자 컴퓨터의 큐비트 수는 대부분 이 물리 큐비트의 개수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물리 큐비트는 외부 환경의 영향을 매우 쉽게 받는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열, 전자파 등 미세한 외부 자극에도 민감하게 반응하여, 양자 상태가 쉽게 붕괴되는 ‘결어긋남(decoherence)’ 현상이 발생합니다. 이로 인해 물리 큐비트는 시간이 지나면서 정보가 소실되거나 오류가 발생하기 쉽고, 오랜 시간 동안 신뢰성 있게 양자 연산을 수행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논리 큐비트(logical qubit)’라는 개념이 도입되었습니다. 논리 큐비트는 여러 개의 물리 큐비트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양자 오류 보정(Quantum Error Correction, QEC) 기법을 적용한 고수준의 추상화 단위입니다. 마치 약한 실 여러 가닥을 꼬아 튼튼한 밧줄을 만드는 것처럼, 논리 큐비트는 다수의 물리 큐비트를 조합해 오류에 강한 구조를 만듭니다. 만약 일부 물리 큐비트에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큐비트들이 이를 감지하고 보정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하나의 논리 큐비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많은 수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합니다. 그 수는 사용하는 오류 보정 코드와 하드웨어의 기본 오류율, 큐비트 간의 연결 구조 등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현재 널리 연구되고 있는 표면 코드(surface code) 방식에서는 물리 큐비트의 오류율이 1% 수준일 때 논리 큐비트 1개를 만들기 위해 수백에서 수천 개의 물리 큐비트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만약 물리 큐비트의 오류율이 더 낮아지거나, 더 효율적인 오류 보정 코드가 개발된다면 필요한 물리 큐비트 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수십 개 수준으로 줄이는 것은 아직 실현된 바 없으며, 장기적인 연구 목표에 가깝습니다.
논리 큐비트의 가장 큰 장점은 오류 보정 기법을 통해 물리 큐비트보다 훨씬 낮은 오류율과 더 긴 결맞음 시간(coherence time)을 제공한다는 점입니다. 이를 통해 물리 큐비트만으로는 불가능한 신뢰성 높은 양자 연산이 가능해집니다. 물론 논리 큐비트 역시 완벽하게 오류를 제거할 수는 없지만, 물리 큐비트의 수를 늘리고 적절한 오류 보정 코드를 적용함으로써 논리적 오류율을 실용적으로 낮출 수 있습니다.
향후에는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계산 결과의 신뢰성을 보장할 수 있는 내결함성(fault-tolerance) 양자 프로세서(QPU)의 개발이 기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류를 완전히 제거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도 불가능하며, 실제 목표는 오류율을 충분히 낮춰 실용적인 양자 알고리즘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기술적 도전과 발전이 앞으로 양자 컴퓨터의 실용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양자 연산의 핵심 원리, 양자 중첩, 얽힘, 그리고 측정
양자 중첩과 얽힘 현상은 양자 역학의 핵심이지만,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매우 어려운 개념입니다. 실제로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명인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조차 “아무도 양자 역학을 이해하지 못한다. (I think I can safely say that nobody understands quantum mechanics)” 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역시 양자 역학의 개념에 익숙할 뿐, 완전히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자 컴퓨터의 동작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양자 중첩과 얽힘의 개념 및 특징을 익혀둘 필요가 있습니다.
양자 중첩은 이미 여러 번 언급하였습니다만, 고전 컴퓨팅 시스템의 이진 비트와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양자 역학의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고전 비트가 0 또는 1 중 단일 상태만을 표현할 수 있는 반면,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가 동시에 중첩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 현상을 직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그림5와 같이 회전하는 원형 다트 보드를 통해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림5의 상단과 같이, 움직이는 다트 보드의 75%를 0 영역, 25%를 1 영역으로 설정하면 이는 수학적으로 단일 큐비트 상태 |φ> = √0.75|0>+√0.25|1> 로 표현됨을 의미합니다. 여기서 계수의 제곱(0.75와 0.25)은 각 상태가 관측될 확률을 나타냅니다. 다트 보드가 회전하는 동안은 0과 1 영역이 공존하듯, 큐비트도 측정 전까지는 두 상태가 확률적으로 중첩된 채 유지됩니다. 이때 다트를 던져 보드에 꽂히는 순간, 75% 확률로 0 또는 25% 확률로 1이 관측됩니다. 반면 고전 이진 비트는 다트 보드가 0 또는 1로만 채워진 상태를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0으로만 채워져 있다면 당연히 측정 결과는 항상 0만 나타나게 됩니다.
세 개의 큐비트가 있을 때는 상황이 더 흥미로워집니다. 이 경우 8가지 상태(000, 001, 010, 011, 100, 101, 110, 111)가 동시에 중첩되어 있습니다. 다트 보드로 비유하면, 원판이 8등분되어 각각의 영역이 하나의 상태를 나타내는 셈입니다. 만약 모든 상태가 동일한 확률로 존재한다면, 다트를 던질 때마다 8가지 상태 중 하나가 무작위로 선택됩니다. 여러 번 반복해서 측정한다면, 각 상태가 거의 같은 빈도로 관측될 것입니다.
실제 양자 중첩은 단순한 확률 분포가 아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파동 함수 간섭을 포함합니다만, 회전하는 다트 보드 개념을 통해 양자 중첩 현상에 대해 어렴풋이 나마 이해가 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
![]() |
<그림 5. 다트 게임을 이용해 표현한 1큐비트(좌), 3큐비트(우)의 양자 중첩 상태의 개념>
다음으로는 양자 중첩보다 더 이해하기 힘든 양자 얽힘 현상에 대해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양자 얽힘은 중첩된 2개 이상의 큐비트가 멀리 떨어져도 한 몸으로 움직이는 양자 역학의 핵심 현상입니다. 이 현상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하나의 큐비트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큐비트에 대한 별도 측정 없이도 자동적으로 그 상태가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고전 물리학에서는 각 객체의 상태가 독립적인 것과 달리, 양자 얽힘에서는 상태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측정 전부터 운명이 결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현상 때문에 20세기 가장 위대한 과학자인 아인슈타인도 죽기 전까지 얽힘 현상을 부정하였습니다.
예를 들어, 두 개의 동전을 동시에 던지면 보통은 한 동전의 결과가 다른 동전의 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양자 얽힘 상태에서는 상황이 다릅니다. 얽힌 두 동전은 마치 쌍둥이처럼 연결되어 있어서, 한 동전이 앞면이 나오면 다른 동전도 반드시 앞면이 나옵니다. 즉, 두 동전의 결과가 항상 똑같이 맞춰지는 것입니다. 이처럼 얽힘 상태에서는 두 동전이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결과가 꼭 같이 정해지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이 상황은 수학적으로 다음과 같이 표현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0은 동전의 앞면, 1은 뒷면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얽힘 상태에서는 두 동전이 지금처럼 항상 같은 면(앞면-앞면 또는 뒷면-뒷면)이 나올 수도 있지만, 흥미롭게도 얽힘의 종류에 따라 한 동전이 앞면이면 다른 동전은 반드시 뒷면이 나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얽힘 상태에서는 두 큐비트를 측정하면 항상 서로 다른 결과(01 또는 10)만 관측됩니다. 즉, 한쪽이 앞면이면 다른 쪽은 반드시 뒷면이 되는, 마치 거울에 비친 동전과 같은 관계가 성립합니다. 핵심은 “얽힘 = 입자 간 강제적 연결” 이라는 점입니다. 멀리 떨어진 동전도 결과가 실시간 동기화되는 이 현상은 양자역학의 가장 신비로운 특징 중 하나입니다.
양자 얽힘의 가장 놀라운 특성은 두 입자(동전)가 우주 반대편에 있더라도 이 관계가 즉각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입니다. 이 현상은 2022년 노벨상 수상자들(차일링거, 아스펙, 클라우저)의 실험을 통해 양자 얽힘의 실재성이 확증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양자 측정에 대해 소개합니다. 양자 측정은 양자 비트의 상태를 읽어내어 결과를 확인하는 행위입니다. 양자 역학에서 양자는 측정되기 전까지 상태가 확정되어 있지 않고, 여러 가능한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중첩 상태로 존재합니다. 이는 마치 동전이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을 때 앞면과 뒷면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과 비슷하게 비유할 수 있습니다. 관측, 즉 측정이 이루어지는 순간, 이 중첩 상태는 깨지면서 여러 가능한 값들 중에서 단 하나의 값만이 현실에서 확인됩니다. 바로 양자의 입자성이 측정을 통해 드러나게 됩니다. 쉽게 설명하자면 앞서 예로 든 다트 게임에서 다트를 던지는 것이 측정입니다. 따라서 양자 컴퓨터에서의 계산 결과는 확률 분포의 형태로 나타나며, 어떤 값이 측정될지는 확률적으로만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때 측정될 확률은 파동 함수의 진폭의 제곱에 비례합니다. 측정이 이루어진 후에는 측정 전에 양자가 어떤 상태로 중첩되어 있었는지에 대한 정보는 모두 사라집니다. 즉, 측정이 이루어지면 나머지 중첩 상태는 모두 붕괴되어 사라지며, 오직 측정된 결과만이 남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 그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며, 고전 물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양자 역학만의 독특한 특징입니다.
<그림 6. 1 큐비트와 3 큐비트 상태에서의 양자 측정>
중첩과 얽힘 현상을 이용한 양자 연산의 고속성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합니다. 그 핵심에는 앞서 언급한 양자 중첩이라는 현상이 있습니다.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예를 들어 3개의 큐비트가 있다면, 000부터 111까지 8가지 상태를 한 번에 모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양자 컴퓨터가 여러 경우를 동시에 계산할 수 있지만 단, 모든 답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림 7. 3큐비트의 양자 중첩>
예를 들어, 상자 안에 동전 10개가 있고 그중 한 개만이 뒷면(정답)이라고 가정해봅시다. 고전 컴퓨터라면 동전을 하나씩 꺼내서 앞면인지 뒷면인지 차례로 확인해야 하므로, 모든 동전을 다 확인하려면 최대 10번의 시도가 필요합니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마치 10개의 동전을 동시에 모두 살펴보는 것처럼 계산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즉, 여러 경우의 수를 한 번에 계산하는 효과를 내는 것이죠. 하지만 실제로 상자를 열어 동전을 꺼내는 순간(측정), 한 번에 하나의 동전(즉, 한 가지 결과)만 볼 수 있습니다. 이때, 양자 알고리즘을 잘 사용하면 정답인 뒷면 동전을 꺼낼 확률이 매우 높아지지만, 여전히 한 번에 모든 동전을 동시에 꺼내서 확인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우리가 결과를 확인할 때는 한 번에 하나의 결과만 볼 수 있습니다. 즉, 여러 계산을 동시에 할 수 있지만, 결과를 확인하는 순간에는 하나만 볼 수 있다는 것이 양자 컴퓨터의 실제 동작 방식입니다. 이러한 경우, 빠른 데이터 탐색이 가능한 양자 알고리즘인 그로버 알고리즘(Grover’s Algorithm)을 적용한다면 약 3~4회 (정확히는 √N 만큼) 측정으로 정답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즉, 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문제의 복잡도가 높아지면 양자 컴퓨터가 압도적으로 빠르게 연산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동전 수(N) | 고전 컴퓨터를 이용한 연산 회수 | 양자 컴퓨터를 이용한 연산 회수 (그로버 알고리즘 적용, √N) |
---|---|---|
10 | 10 | 3~4 |
100 | 100 | 10 |
1,000,000 | 1,000,000 | 1,000 |
<표 1. 데이터 탐색 관점에서 고전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연산 효율성 비교>
이러한 원리는 양자 병렬성(Quantum Parallelism)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특정 알고리즘(예를 들어, 쇼어 알고리즘이나 그로버 알고리즘)에서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빠르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을 활용해 여러 계산 경로를 동시에 처리하고, 그 중에서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을 높여주는 간섭 현상을 이용하기 때문입니다. 최종적으로 측정을 통해 하나의 결과만 얻기 때문에, 반복 실험이나 특별한 알고리즘이 필요합니다.
정리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의 중첩 덕분에 여러 계산을 동시에 진행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로 우리가 얻는 결과는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양자 컴퓨터는 중첩과 간섭을 잘 활용하는 특별한 알고리즘을 통해 원하는 답이 나올 확률을 높여야 하며, 이 과정이 바로 ‘양자 속도 향상(quantum speedup)’의 핵심입니다. 또한 모든 문제에서 무조건 빠른 것은 아니며, 소인수분해나 데이터베이스 탐색처럼 특정한 문제에서만 고전 컴퓨터보다 월등한 속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적합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의 두 번째 블로그에서 소개하였습니다.
양자 얽힘 현상은 양자 컴퓨터가 고전 컴퓨터와는 다른 방식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는 중요한 원리 중 하나입니다. 얽힘이란 앞서 언급한 대로 두 개 이상의 큐비트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한 큐비트의 상태를 측정하면 다른 큐비트의 상태도 즉시 결정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하지만 얽힘이 있다고 해서, 한 번의 연산으로 여러 큐비트의 값이 동시에 바뀌는 것은 아닙니다. 얽힘은 큐비트들의 측정 결과가 서로 상관관계를 갖게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하며, 이로 인해 양자 알고리즘은 특정 문제에서 효율적으로 정보를 처리할 수 있습니다.
고전 컴퓨터에서는 여러 비트의 값을 모두 바꾸려면 각 비트마다 연산을 반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5개의 비트를 모두 0에서 1로 바꾸려면 5번의 연산이 필요합니다. 반면, 양자 컴퓨터는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이라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활용해 여러 상태를 동시에 표현하고 처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얽힘 상태에 있는 큐비트들은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한 큐비트에 연산을 가하면 다른 큐비트의 상태도 함께 바뀔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얽힌 큐비트 중 하나에 논리 연산을 적용하면 두 큐비트의 상태가 동시에 변화하여, 복잡한 연산도 단순한 연산 몇 번만으로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얽힘은 여러 큐비트가 하나의 시스템처럼 동작하도록 만들어, 연산 과정에서 정보가 빠르게 전파되고, 원하는 결과가 더 높은 확률로 나타나도록 회로를 설계할 수 있게 해줍니다. 실제로 얽힘은 쇼어 알고리즘(소인수분해)이나 그로버 알고리즘(검색) 등 대표적인 양자 알고리즘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얽힌 큐비트들은 중첩된 상태에서 연산이 이루어질 때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하면서, 원하는 답의 진폭을 증폭시켜 고전 컴퓨터보다 훨씬 적은 연산 단계로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합니다.
비유하자면, 고전 컴퓨터는 집안의 여러 형광등을 각각의 스위치로 하나씩 켜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반면, 양자 컴퓨터의 얽힘은 모든 형광등이 서로 연결되어 있어, 하나의 조작으로 여러 등불의 상태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실제로는 모든 등불이 한 번에 켜지는 것이 아니라, 각 등불의 상태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이러한 얽힘의 특성 덕분에 양자 컴퓨터는 고전 컴퓨터로는 풀기 어려운 문제도 훨씬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게 됩니다.
정리하면, 양자 얽힘은 큐비트들 사이에 강한 상관관계를 만들어내어, 양자 컴퓨터가 중첩과 함께 고속 연산을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얽힘 덕분에 양자 알고리즘은 여러 상태를 동시에 고려하고, 복잡한 문제를 더 빠르게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얽힘만으로 모든 연산이 한 번에 결정적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며, 중첩, 간섭, 얽힘이 함께 작동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결과를 높은 확률로 얻을 수 있도록 회로와 알고리즘이 설계된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고전 컴퓨터 vs 양자 컴퓨터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고전 컴퓨터와의 차이점을 표2에서 정리하였습니다. 표2의 내용 중 아직 설명하지 않은 내용들에 대해서는 이 시리즈의 이후 블로그들을 통해 소개할 예정입니다.
구분 | 고전 컴퓨터 | 양자 컴퓨터 |
---|---|---|
기본정보 단위 | 비트(bit): 0 또는 1만 표현 가능 | 큐비트: 중첩(superposition)으로 0과 1을 동시에 표현 |
물리적 원리 | 고전 물리학 (전기 신호, 트랜지스터) | 양자 역학 (중첩, 얽힘, 간섭) |
정보 처리 방식 | 순차적 처리 (단일 계산 경로) | 병렬 처리 (다중 상태 동시 계산) |
계산 성능 확장성 | 선형 증가: N개 비트 → 최대 N개 연산 | 지수적 증가: N개 큐비트 → 최대 2N 개 연산 |
동작 방식 | 주어진 규칙에 따라 수행 | 여러 선택 중 하나를 추측하여 병렬적으로 계산 |
경로 | 단일 경로 | 다중 경로 |
주요 응용 분야 | 일상 업무, 데이터 처리, 웹 서핑 등 | 암호 해독, 복잡한 최적화 문제, 양자 화학 시뮬레이션, AI/머신러닝 등 |
오류율 및 안정성 | 낮은 오류율 (안정적) | 높은 오류율 (극히 짧은 결맞음 시간, 환경 노이즈 민감) |
환경 요구 사항 | 상온에서 작동 | 극저온(∼-273°C) 또는 진공 환경 필요 (초전도체/이온트랩 기준) |
개발 단계 | 완전히 성숙 (범용적) | 초기 단계 (NISQ 시대, 특수 목적 한정) |
비용 및 접근성 | 저렴하고 보편화됨 | 고가 (구축 비용 수천만 달러 이상), 고객사에 직접 구축하거나 클라우드를 통해 접근 |
대표적 전력 소모 | 슈퍼컴퓨터: 2~30 메가와트(MW) 이상 데이터센터: 수십~수백 MW |
중성원자 방식: 2.6~10 kW 초전도체 방식: 10~25 kW |
성능 대비 에너지 효율 | 계산 성능이 선형적으로 증가할수록 전력 소모도 선형 또는 초선형 증가 |
큐비트 수 증가 시 계산 성능은 지수적으로 증가, 전력 소모는 완만하게 증가 |
특수 현상 | 없음 | 중첩: 0과 1 동시 존재 얽힘(Entanglement): 큐비트 간 상관관계 간섭: 확률 진폭의 보강/상쇄 |
<표 2. 고전 컴퓨터와 양자 컴퓨터의 차이점>
맺음말
이번 세 번째 블로그에서는 양자 컴퓨팅의 핵심 원리와 입문자가 반드시 이해해야 할 기초 개념들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양자의 파동 및 입자 이중성, 이중슬릿 실험, 큐비트의 중첩과 얽힘, 그리고 양자 측정의 본질적 의미까지, 고전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양자 컴퓨터만의 독특한 동작 원리를 다양한 비유와 시각적 도구(브라켓 표기법, 블로흐 스피어 등)를 통해 설명했습니다. 또한, 큐비트의 물리적 그리고 논리적 구분, 양자 중첩과 얽힘이 어떻게 병렬적 연산과 고속 계산을 가능하게 하는지, 그리고 고전 컴퓨터와의 본질적 차이점도 정리했습니다.
다음 네 번째 블로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실제로 양자 컴퓨터가 연산을 수행하는 구체적인 방법—즉, 양자 게이트와 양자 회로의 개념과 원리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고전 컴퓨터의 논리 게이트와는 어떻게 다르며, 양자 회로가 어떻게 큐비트에 연산을 적용하는지, 그리고 양자 알고리즘이 실제로 구현되는 과정을 단계별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